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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묵히고 키우는 질병 노인 우울증

by 이진복한의원 2016. 10. 24.


묵히고 키우는 질병 노인 우울증

이동우(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노인정신의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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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노년기에 흔한 정신 증상 중 하나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가족들의 정서적 지지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 노인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Geriatric Depression

우울증으로 오랜 기간 고통받아 오면서도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걸린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하고,

정상 노화의 한 현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신체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받다가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시급한 노인 우울증

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러운 1등 기록을 몇 개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기록이다.

10년이 넘도록 요지부동 1위, 그것도 압도적 1위이다. 자살률이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노인 우울증과 노인 자살 문제다.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기 쉬운 법인데,

노인 연령층이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이 가장 강하기에 치료받지 않는 환자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치료받는 환자들마저도 한참을 묵히고

질병을 차곡차곡 더 키워서, 뒤늦게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진료실을 찾아온, 우울증이 명백한 어르신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는지?” 여쭤 보면 “소화가 안 된다,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는 호소와 함께

“난 아파 죽겠는데 의사는 아무 문제없다고 정신과를 가라고 해서 왔다”는 답이 돌아온다. 의사와 가족들이 권하니까, 몇 달을 버티다가 마지못해 오신 것이다.

우울증으로 오랜 기간 고통받아 오면서도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걸린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하고, 정상 노화의 한 현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신체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받다가 뒤늦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노인 우울증은 어르신들이 ‘묵히고 키우는 질병’이 되기 쉽다.

낮은 우울증 치료율이 노인 자살의 증가로 이어지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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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의 임상 양상과 진단

일반 성인의 경우 우울한 기분, 흥미의 감소 등 우울증의 전형적 증상이 전면에 드러나므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우울증 진단이 가능하다.

반면에 노인 우울증은 젊은 성인에 비해 슬픔을 덜 호소하고, 건강염려증적인 생각이 흔해서 건강과 신체적 증상에 대해서 과도하게 집착한다.

또한 불안 증상과 불면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다른 신체 질환이나 단순한 불면증 또는 불안 증상으로 오인해 부적절하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노인 우울증에서는 주관적인 기억 장애가 흔히 나타나고, 기억을 포함한 인지 기능의 손상이 빈번하다.

노년기 우울증에서 동반되는 인지 기능 저하가 심할 경우에는 치매와 유사한 상태가 나타나 이런 상태를 ‘우울성 가성 치매’라고 한다.

우울성 가성 치매는 치매에 비해 기억력 장애가 비교적 급성으로 발생하고 유병 기간이 짧으며, 기억력 문제에 비해 정서적 문제가 먼저 나타난다.

또한 기억력장애의 증상이 일정치 않고 동요를 보인다는 점에서 감별 진단이 가능하다.

이상과 같은 임상 양상의 비전형성을 염두에 두고 우울증의 증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진해 나가야만 노인 우울증의 진단율과 치료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우울증의 치료

노인 우울증의 치료에서는 동반된 신체 질환의 영향을 평가해야 하고, 사별이나 은퇴, 경제적 곤란등 사회 심리적 요인에 대한 치료적 개입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노인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때는 자살의 가능성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노년층에서는 자살 사고에 대한 호소는 적지만 실제 자살이 실행되는 경우는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높기 때문이다.

신체 질환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 경우에는 신체 질환의 치료가 곧 우울증의 치료이다. 원발성(일차적) 우울증에 대해서는 정신 치료와

생물학적 치료를병행함으로써 치료가 이뤄진다. 정신 치료는 분석적 정신 치료보다는 지지적 정신 치료가 우선이 되며,

치료의 초점은 실제적이거나 가상적인 상실(사별, 건강, 재정 문제) 및 이와 연관된 자존감 저하에 맞춰진다.

노인 우울증 환자에 대한 정신 치료를 수행하는 치료자에게는 보다 능동적이고 지지적이며, 융통성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노인 우울증은 그 임상 양상의 비전형성으로 인해 낮은 치료율을 보이는 질환이므로 의료인들의 높은 관심이 요구되며,

치료 시에도 노년기의 약력학, 약동학적 특성을 고려한 치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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