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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한약 중에는 스테로이드가 없다(감초)

by 이진복한의원 2016. 9. 4.

김호철 교수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주임교수/BK21한의과학사업단장/대한본초학회장

“한약 중에는 스테로이드가 없다”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35

한약에는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어 있어서 부작용이 크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의 한약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함유하지 않는다. 천연물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는 합성스테로이드와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다르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

스테로이드(steroid)란 5개 또는 6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고리가 네개 결합된 공통의 기본 구조를 가진 지질을 말한다. 이 구조를 가진 물질은 동·식물에 널리 분포해 있다. 동물에 많은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 성분이며, 또한 생체막이나 부신 피질 호르몬 및 담즙산의 모체이다. 우리 몸의 부신피질호르몬, 성호르몬 등으로 이용되는 코티솔(cortisol)이라는 물질도 모두 스테로이드 골격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테로이드란 체내 부신피질호르몬을 흉내내어 화학적으로 합성한 호르몬을 말한다.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제는 항염, 진통, 해열 등의 효능이 있어서 아토피피부염, 건선, 지루성습진, 류마티스관절염 등 난치성 면역질환과 대부분의 피부질환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작용하여 증상을 경감시켜 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면 약물내성과 면역력 저하 등이 나타나서 백내장, 녹내장 등과 면역기능 감퇴로 피부감염, 발진, 가려움증, 혈관 확장, 위궤양, 발육성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약이 스테로이드가 함유되어 해롭다고 잘못 알려진 근거 중 하나는 스테로이드의 사용역사와 관계가 있다. 천연 스테로이드가 치료제로 사용된 것은 18세기 무렵으로 ‘모지황’이라는 디기탈리스 추출물이 일부 심장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작되었다. 오늘날에도 쓰이는 디기탈리스는 스테로이드에 당(糖)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일종의 스테로이드배당체이다. 액체를 분비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두꺼비 독액의 건조분말인 ‘섬소(蟾 )’도 부포탈린 등 강심성 스테로이드 배당체를 가지고 있다.

천연스테로이드 중에 동물성 스테로이드는 동물의 뇌하수체, 정낭, 부신 등에 많이 존재하며 추출하여 주사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식물이 생합성하여 만드는 미량성분의 하나이다.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스테로이드계 사포닌과 스테로이드계 알카로이드로 나뉜다. 스테로이드계 사포닌을 함유하는 식물들은 도라지, 마, 원지 등이 있으며, 강한 약리작용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계 알칼로이드들은 감자 싹에 있는 솔라늄(solanium), 부자, 여로 등에 함유되어 있다. 

식물성 스테로이드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스티그마스테롤(Stigmasterol), 베타시토스테롤(beta-sitosterol) 등이 있는데 가지과 식물이나 마과 식물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지모, 황정, 인삼, 시호, 반하, 맥문동, 목단피 등의 약재를 비롯하여 더덕, 도라지, 감자, 율무, 결명자, 마늘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채소에도 스테로이드는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먹는 두부, 콩나물, 된장, 곡물, 채소류 등은 모두 스테로이드를 함유한다. 스테로이드 구조를 가진 화합물이 들어 있어서 한약이 위험하다고 한다면 김치를 비롯한 야채들은 먹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한약은 1일에 대개 20~60g의 한약재를 복용하는데 비해 식품은 1000~1300g정도로 훨씬 많다.

한약이나 식품 중에는 체내 스테로이드 호르몬 함량을 높이는 것들도 있다.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은 물이나 체내에서 글리시레틴산으로 분해되어 11-베타하이드록실레이즈라고 불리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한다. 이 11-베타하이드록실레이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해하는 효과를 가진 효소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해가 저하되어서 혈중 스테로이드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하루에 50g 이상 6주 이상 복용시 저칼륨륨혈증, 고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처방 중에 들어가는 감초의 용량은 1회 복용 분량이 3g정도 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극히 적다.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 감초를 향신료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1인당 평균 1년에 2kg을 섭취한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처럼 천연물 속의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미량이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하다. 또, 합성스테로이드는 체내에 수개월~수년씩 잔류하는데 비해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길어도 며칠이면 체내에서 배출되므로 부작용이 훨씬 적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같이 강력한 약리작용과 함께 부작용을 나타내는 성분을 함유하는 한약은 거의 없다. 그리고 천연물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는 합성스테로이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은 우리 몸에 해로운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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