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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이진복한의원 한약과 간손상

by 이진복한의원 2021. 6. 23.

안녕하세요. 이진복한의원 이진복원장입니다. 

 

환자분들이 종종 물어보시는 질문중에 참 답답하고 억울한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원래 지방간 때문에 간수치가 높은데 한약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등의 질문입니다.

그래도 예의를 차려주시는 환자분들한테는 조심스럽게 설명드리곤 하는데 "한약 먹으면 간에 나쁘다는데? 나 아는 사람 한약먹고 죽었어"등의 공격적인 말씀을 하시면 답답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일단 "한약"이라는 말의 정의를 묻고 싶습니다.

응급실에 근무하던 의사 친구가 한약먹고 쓰러져 왔다는 환자 얘기를 하길래 그 환자가 먹은게 무엇인지 물어보니 산에서 천오를 캐서 끓여먹었다 하더군요.

천오는 약성이 뛰어나지만 독성도 강해 한의사들조차 법제해서 용법용량에 맞춰 주의를 기울여 쓰는 약재인데 환자가 스스로 캐서 제대로 법제하지 않고 끓여먹은 천오도 한약일까요?

의사들은 그런 환자를 본 경험때문에 한약을 먹으면 간수치가 오른다는 망상을 가지게 된걸까요?

감기에 걸렸을때 약국에서 사먹는 쌍화탕과 속이 더부룩할때 사먹는 활명수는 양약일까요?

한약에서 성분을 추출해서 사용하는 "시네츄라"나 "신바로" "레일라"등의 천연물 신약은 무엇일까요?

양방 의사 선생님들의 한약에 대한 오해는 2003년에 발표된 bias가 잔뜩 들어가서 학술적 가치를 상실한 논문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한의대 6년간의 정규 교육을 마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를 부여받은 한의사가 정밀하게 진료후 GMP인증 받은 한약재를 이용해 처방한 것을 한약으로 생각합니다. 

고혈압약, 항생제, 항진균제등의 다양한 처방약을 뭉뚱그려서 양약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한약의 범주도 넓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은 한약과 높은 한약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한약도 약이고, 약리작용이 있는 만큼 개인차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약인성 간손상이 나타날수 있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양약과 한약의 병용투여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러 논문들에서 한약의 간독성은 양약의 약인성 간손상에 비해 적게 나타남이 확인 되고 있으며,

의사가 양약과 한약을 모두 사용하는 일본에서 보고된 논문에서도 약인성 간손상의 원인이 양약이 60%, 한약이 7.1%로로 8.5배정도 높은 비율로 양약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한약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어서 간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2016년 nature의 자매지인 scientific report에서는 대만의 국가 전수 조사를 통한 10년간의 추적관찰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약 투여가 B형 간염 환자의 총 사망률을 절반정도 감소시켰다고도 합니다. (좌측 논문)

중국에서 2018년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간경변이 병발한 만성 B형 간염 환자들한테 한약을 투여하면서 치료한 결과 한약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이 56% 정도 줄었으며, 생존기간도 180일 이상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우측논문)

저 역시 지방간이나 피로, 과도한 음주로 인해 간수치가 상승된 환자의 경우에는 인진호탕이나 생간건비탕을 가감하여 처방합니다.

오랜기간 피부질환 환자를 진료하면서 피부과에서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을 처방받아 복약하던 환자분들이 대부분이라 초진에 혈액검사를 시행하면 이미 간수치가 기준치 이상으로 상승되어 있는 환자가 5-10퍼센트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 경우 양약을 모두 중단하고 안전 수치로 떨어지면 치료를 시작했는데, 혹시 제가 혈액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한약을 투여했다면 누명을 썼을 확률이 없진 않겠죠.

피부질환의 특성상 일단 복약을 시작하면 3-6개월정도 연속 복약을 하게 되고, 청열약재등 약리작용이 강한 약재를 빈용합니다. 1달 단위로 검사를 하다 보면 1년에 3-5명 정도 간수치가 급상승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비활동성 간염, 잦은 음주, 항생제 등의 병용투여인 경우였고, 복약을 중단시키고 1-2주후 간수치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생간건비탕등의 한약을 투여하여 간기능을 회복시킨후 간수치 상승이 보고된 한약재를 처방에서 빼고 재처방하여 치료를 유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기간 복약해야 하는 뇌혈관 질환, 고혈압등의 질환을 가진 환자분들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하여 이상반응 및 부작용을 체크합니다.

한약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약을 처방할때 기본적인 매뉴얼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치료로 인한 기대 이익이 손실보다 크고, 손실이 나타날 확률이 적다면 처방을 투여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모니터링하면서 복약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전문가의 처방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약에 대한 근거없는 두려움을 가지지 마시고,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셔서 전문가인 한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받고,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면 안전하게 모니터링 하면서 복약하셔서 질환을 치료받으시고, 건강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이진복한의원 이진복원장(한의학 박사, 침구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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