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치료(本治)의 의미

 

한약은 원인을 치료하고 양약은 증상을 치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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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의과대학 약리학교수와

한약과 양약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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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원인요법 없이 대증요법을 주로 쓰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양약은 대증요법을 주로 하고 한약은 근본치료를 한다고 알고 있었던 내게는 다소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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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수의 요지는 서양약에는 인슐린이나 항생요법 같은 원인치료제가 있지만 한약에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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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증요법은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인 ‘원인요법’의 반대 개념으로 질병을 치료할 때 어떤 증상을 감소시켜 환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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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통증이나 발열 등이 나타날 경우에 사용되는

해열제나 진통제를 비롯하여 심한 기침에 사용되는 진해제,

알레르기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등은 모두 대증요법 치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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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항생제나 화학요법제를 비롯하여

제1형 당뇨병에 사용되는 인슐린 등은 원인요법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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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에서는 원인요법이 없는 질환에 대해서는 대증요법을 쓴다.

인플루엔자와 같은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에서는

비록 원인이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대증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본다면 대부분의 서양약들은 증상을 없애주는 대증요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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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약물을

‘정상적인 생리 현상을 바꾸어주는 물질’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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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치료도 역시 상당 부분 대증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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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황을 지해평천 효능으로 사용할 때는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에페드린의

기관지 확장효과와 마찬가지로 대증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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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풍습약물들도 풍습비통에 사용될 때는

서양의학에서 퇴행성관절염 등에 사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와 유사한 대증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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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에 사용하는 안신약이나 지혈약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청열해독약이 가지는 항생효과는

원인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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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들에게 한약도 서양약과 마찬가지로

대증요법제가 많다는 강의를 할 때면 이에 반대하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는 한약도 상당수가 대증요법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며,

‘원인요법’과 ‘본치’를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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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서양약과 한약의 차이는 무엇일까?

70년대 말 저명한 미국의 약리학자가

한 달 정도 중국을 방문하여 중의학을 관찰한 뒤 쓴 리뷰논문에서는

서양의학의 약리학자에게 새롭게 비춰진

중의학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체론적(holistic)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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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질환이 있어도 발을 치료하며,

질병을 치료할 때 그 부분만 보지 않고

다른 부분과의 관계를 보는 방법은

서양의학에서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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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 근본질환을 치료한다는 의미는

서양의학에서의 원인요법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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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체내 장기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의학에서는

조화가 깨어진 것을 바로잡는 치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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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서양의학에서 간염 환자에게

원인균에 대해서 감수성이 있는 항생물질을 투여하는 것을

원인요법이라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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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원인균이 왜 인체에 침입하게 되었는지를 따져서

내부 장기 및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개선해 주려는 치료를 한다.

또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길러서 스스로 치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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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근본치료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본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보약’과 함께 ‘표본완급’이나 ‘부정거사’ 등의

치료원칙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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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약물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다르게 보기 때문에

‘원인요법’과 ‘본치’의 개념이 다르다는 사실과 함께

상당수의 한약들이 양약과 마찬가지로 대증요법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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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29773 

김호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