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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한약과 양약, 함께 먹어도 괜찮을까?

by 이진복한의원 2017. 7. 12.

한약과 양약, 함께 먹어도 괜찮을까?

감기에 한약·양약 복용 시 약물대사 연구, 제15회 우수논문상 수상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환절기 감기에 걸리기 쉬워졌다. 
콧물, 코막힘, 기침 등 일상을 지치게 하는 증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감기약과 한약을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


 

 


 

 

 

한약의 유효성, 안전성 근거 찾는다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한의학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어떻게?' '왜?' 효능을 발휘하는 것인지에 대해 현대과학으로 밝혀내야 하는 것.

 

 

이를 위한 노력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08년부터 '한약 처방의 과학적 근거기반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한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해당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 일환으로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20종의 한의학 처방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수록한 '표준 한방처방 의약품 정보'가 2011년에 처음 발간됐다. 이후 매년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는 35종의 한약처방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이화학, 독성학, 약리학, 임상 정보 등)가 구축되었으며, 전통의학정보포털 오아시스(oasis.kiom.re.kr)에 공개 서비스되고 있다.

 

 


한약과 양약 병용시 부작용 우려

다빈도 한약처방의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양약과 한약을 함께 복용했을 때 일어나는 약물상호작용과 약물대사에 관한 연구 내용이다. 

 

인체에 흡수되는 다양한 물질들은 간에서 대사된다. 간에는 수많은 대사효소들이 있는데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합성해 생명 활동에 쓸 에너지를 생성하기도 하고, 필요 없는 물질은 몸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 간 내 약물상호작용과 관련된 대사효소의 기능



약물의 상호작용은 바로 이 간에 있는 효소들이 어떤 활성화를 하느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약물 간 주요 약동력학적 상호작용은 약물대사효소인 cytochrome P450에 의해 나타나는데, 양약과 한약을 동시에 투여하게 되면 일부는 대사효소의 활성을 돕고, 일부는 활성을 저해하며 서로의 약물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신현규 박사 연구팀은 감기 치료에 주로 쓰이는 다빈도 한방처방 6종(갈근탕, 구미강활탕, 인삼패독산, 삼소은, 소청룡탕, 소시호탕)이 인체 약물대사 효소의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갈근탕(葛根湯)

감기코감기두통어깨결림근육통 등에 주로 사용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

감기오한 등에 해열진통 소염제로 주로 사용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

감기로 인한 몸살발열 등에 해열진통소염제로 주로 사용

삼소음(蔘蘇飮)

감기기침에 주로 사용

소청룡탕(小靑龍湯)

감기기침기관지염에 주로 사용

소시호탕(小柴胡湯)

위염위장허약피로 및 감기 후기 증상에 주



그 결과 갈근탕은 CYP2E1, 구미강활탕은 CYP2D6, 삼소음과 소시호탕은 CYP2C19 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삼패독산과 소청룡탕은 위 네 가지 약물대사 효소 활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종합감기약과 갈근탕을 함께 복용할 경우 갈근탕이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독성물질 생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한약과 양약을 함께 복용하면 체내에서 서로의 약물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독성물질의 생성을 억제할 수도, 기대한 약효를 얻을 수 없거나 오히려 독성물질 생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 환자들이 한·양방 의료기관을 방문해 각각 약을 처방받고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약처방과 양약의 병용은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논문 ‘Effects of Korean traditional herbal formula for common cold on the activities of human CYP450 isozymes’(감기 관련 한약처방이 약물대사효소 활성에 미치는 영향)은 2014년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되어, ‘2015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제25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신현규 박사팀은 현재 다빈도로 사용되는 한약처방 50종이 약물대사효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가 잘 이루어지면 앞으로 한약과 양약을 병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또 서로 최상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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