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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agazine

“한의학, 삶의 질 향상 및 면역력 증강에 우월…밝은 미래 있을 것”

by 이진복한의원 2021. 4. 18.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장, 국시원 한의사시험위원장 등 역임
한의학 표준화 위해 헌신적인 노력해준 고득영 국장에게 ‘깊은 감사’
한약처방 대상 연구물 SCI급 국제학술지 최초 게재…“지금도 가슴 뿌듯”
정석희 경희대 한의대 교수 “한의학과는 상관없는 삶 살아보고 싶어”

 

<편집자 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정석희 교수(한방재활의학과)가 최근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을 했다. 그동안 정석희 교수는 후학 양성뿐만 아니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 초대 단장을 맡아 한의치료의 표준화에 힘쓰는 것은 물론 한방재활의학과학회장·국시원 한의사시험위원장 등의 자리에서도 한의계의 커다란 이정표를 남기기도 했다. 본란에서는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느낀 소회와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봤다.

 

 

Q. 오랜 기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했다.

“2, 3년 전부터 (교직생활을 마무리한다는)마음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덤덤한 편이지만, 한의 임상개원가들이 예전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마음 한편으로는 무겁고 일부 책임감도 느낀다.”

 

Q. 교직생활을 되돌아 본다면? 

“80년대 초반 대학을 마칠 당시만해도 건강보험이 정착되기 전이라 개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을 때였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제자로 삼아 교육한다는 것이 무척 즐거웠기 때문에 교직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다. 

 

90년대 초반에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SCI급 논문으로 게재해야만 하는 시대적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단미 한약재가 아닌 한약 처방을 연구물로 받아주는 SCI급 학술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힘든 시절이었다. 당시 한의사로서 단미를 이용한 연구의 공동저자는 있었지만 대표저자는 없을 때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처음으로 한약처방을 이용한 연구의 대표저자로 SCI급에 논문을 게재하게 됐었는데, 그러한 사례가 다른 연구자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이 지금도 가슴 뿌듯한 일로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후배 연구자들이 SCI급 논문을 봇물 쏟아내듯 게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당시와 격세지감을 느낀다.” 

 

Q.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의 초대 단장으로 활약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의 초대 단장을 맡을 때만해도 한의계에는 연구인력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은 시기였지만, 진료지침 개발 전문가인 김종우 교수가 부단장을 맡아주고, 의료정책 전문가로 호주에서 유학 중이던 박민정 박사를 사제지간이라는 인연을 미끼로 팀장을 떠맡기다시피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의계가 감사드려야 할 사람은 당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이었던 고득영 국장으로, 고 국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사업단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고 국장은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새로운 치료법도 자기 스스로 직접 겪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한의계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법령 때문에 식약처 담당자를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지면을 통해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와 함께 관련 연구를 맡은 대부분의 교수들은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도 눈물나는 노력을 해줬지만, 일부 교수는 단순히 연구과제를 따내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건강 문제 때문에 후반부까지 마무리짓지 못했지만, 후임인 김남권 교수가 잘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Q. 한방재활의학과학회장·국시원 한의사시험위원장도 역임했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장을 하면서 구체적인 과정을 밝히기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지만, 한의사전문의제도를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국시원 한의사시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한의사국가시험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한편 한의대 졸업시험이 아닌 한의사 임상역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틀에서 바꿔보려고 시도했었는데, 일부 기초의학 관계자들의 반대와 회원들의 이해 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의 한의사국가시험 및 한의대 교육이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10년 이상 늦춰진 셈이기 때문이다.”

 

 

Q. 정년퇴임 후 주위의 반응 및 앞으로의 계획은?  

“주위에서는 정년퇴임 이후에도 한의학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관련된 조언도 많이 해줬는데, 정작 앞으로는 한의학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인생을 돌아보면 피교육과 성장의 1막을 보냈고 한의학과 관련된 2막을 보냈지만, 3막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몇 년 지난 다음에 언급하고 싶다.”

 

Q.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의학의 미래를 어둡게 말하고 있지만, 이는 한의계가 노력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전망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의학의 존재가치가 없다기보다는 한의학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보건정책이 부족한 탓이 크다고 본다. 

 

의료이원화 체계의 국가에서 경쟁자의 힘이 상대적으로 워낙 크다 보니 눌려 지내고 있지만, 앞으로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국가의료정책 개발에 선도적으로 개입하고, 연구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의학은 질병의학이 아닌 예방의학이 대세가 될 것이고, 한의학은 수명의 연장이 아닌 삶의 질 향상과 면역력 증강에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모든 한의계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해 나간다면 한의학의 밝은 미래가 자연스레 그려나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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