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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이진복한의원 봉침은 어떻게 통증을 조절하는가

by 이진복한의원 2021. 1. 29.

 

 

모든 학문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쇄신하듯이 한의학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변모하고 진화해야 한다. 최근 한의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발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약침요법1 영역이다. 약침요법과 관련하여 다양한 실험논문 및 임상논문이 발표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약침을 이용한 치료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상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약침은 봉독약침이다. 봉독은 소염진통 효과와 함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 자극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근골격계 질환, 자가면역질환, 난치병 등에 활용되고 있다. 멜리틴2만을 추출하고 다른 성분은 제거한 봉약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효소 성분을 제거한 SBV(Sweet Bee Venom) 등 봉독은 다양한 형태로 치료에 적용 중이다.

일부에서는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봉독을 꺼려하기도 하며 봉독의 효능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봉독은 제대로 알고 쓰기만 하면 안정적이고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한의사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필자 역시 봉독과의 첫 만남은 무서웠지만 알면 알수록 봉독의 꿀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점점 그 달짝지근한 매력을 여러분과도 함께하고 싶어졌다. 일단 그 첫 단계로 통증 네트워크에서 봉독이 어떻게 통증을 조절하는지 알아보자. 

 

 우리 몸은 통증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불쾌한 통증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어 시스템의 하나로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경고 신호이다. 조직이 손상되면 통증유발물질3이 분비되어 수용체라는 센서에 감지되고, 다시 수용기라고 불리는 발전소와 같은 부위에서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되어 신경을 통해 척수로 전달된다. 척수에서 집약된 전기신호는 시냅스라고 불리는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집약, 선택, 분산된다. 정리된 정보는 다시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통증감지센터인 뇌로 최종 전달되고 뇌는 통증을 인지하게 된다.

                 

▲ 그림 1. 통증 네트워크.

화학물질(통증유발물질, 신경전달물질)이 통증을 인지하고 변환시키며, 전기신호가 통증을 전달한다.

통증전달기전의 핵심을 알고 나면 현재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는 통증의 치료법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제 그에 대해 알아보겠다.

 

 통증의 치료 - 차단하거나, 활성화시키거나.

통증 치료의 방법은 통증발생원을 차단하거나 체내에 존재하는 통증억제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통증발생원을 차단하는 방법은 통증의 기시점에서 분비되는 통증유발물질을 차단하는 방법(항염제, 스테로이드), 통증유발물질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법(리도카인), 수용기에서 변환된 통증신호(전기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방법(신경차단술, NMDA 수용체 길항제) 등이 있다. 또 진통작용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는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거나 체내에서 이루어지는 통증조절 시스템(하행성 통증조절계 등)을 작동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 표 1. 통증의 치료법과 그 작용기전.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 단백(NF-κB 등)의 발현으로 PLA2라는 효소가 세포막의 인지질을 아라키돈산으로 분해하고, COX라는 효소는 아라키돈산을 프로스타글란딘으로 분해한다. 통증유발물질을 차단하는 방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항염제는 스테로이드 소염제와 비스테로이드 소염제(NSAIDs)로 나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COX의 작용을 억제하여 소염진통 효과를 내고, 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리포코르틴이라는 단백질의 활성을 증가시켜 PLA2의 작용을 억제시킨 결과 통증을 가라앉히게 된다.

                       

▲ 그림 2. 스테로이드와 NSAIDs의 진통 기전.

 

 봉독의 역할

그렇다면 봉독은 어떻게 통증을 조절하는 것일까?

1. 봉독은 일련의 염증 과정을 시작하는 유전단백 NF-κB 활성 억제를 통해 소염효과를 발휘한다.

NF-κB는 염증을 유발하는 유전 신호 중 하나이다. NF-κB가 인산화되면 핵 안으로 들어가서 염증 신호를 개시하는데, 멜리틴은 NF-κB가 핵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서 염증 신호 발생을 억제한다.

         

▲ 그림 3. 봉독의 유전단백 NF-κB 활성 억제

2. 척수 및 신경에서의 c-fos 단백 발현 감소 및 NMDA 수용기 인산화조절을 통하여 통증유발신호를 차단한다. 

C-fos 단백은 척수 후각 통각로의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C섬유를 통해 전달된 통증신호는 척수 후각에서 시냅스로 전달되고,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물질들의 작용으로 인해 통증신호가 활성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적으로 관여하는 조기발현 유전자 중 하나가 c-fos 단백이다. 봉독은 c-fos 단백의 발현을 감소시켜 통증전달신호를 조절하고 진통 효과를 준다.

통각정보의 전달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한다. 여기서는 우선 글루타민 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NMDA 수용체에 결합하여 흥분성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통증에 과민해진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NMDA 수용체의 인산화 과정이 증가하면 자발통이 현저히 증폭되는데, 봉독은 NMDA 수용체 NR1 submit 인산화(pNR1)를 억제함으로써 신경통증을 감소시킨다.

                 

▲ 그림 4. 척수에 위치한 시냅스에서의 통증전달 조절

                          

▲ 그림 5. 중추신경계의 GABA 수용체와 글루타민 산 수용체

3. 뇌 및 척수에서 α2-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어 진통 경로를 활성화한다.

봉독은 하행성 통증 조절계에서 통증억제에 관여하는 α2-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쳐 진통 작용을 한다.

 

◀ 그림 6. 하행성 통증조절계

 

세로토닌 계와 아드레날린 계로 나눠지는데 중뇌 청반핵(local coeruleus nucleus)에 기시하여 척수 후각에 분포하는 하행성 아드레날린 경로는 통증의 전달과 변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α1-아드레날린 수용체는 통증항진에, α2-아드레날린 수용체는 통증억제에 작용한다. 또, 세로토닌은 통증은 억제시키는 쪽으로, 기분은 흥분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

부가적으로 봉독약침 주입으로 발생하는 따끔한 통증은 시상하부를 흥분시킨다. 그 결과 부신수질에서는 카테콜아민(진통 물질)을 분비하게 되고 이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봉독은 NF-κB 활성 억제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감소시키고 코티솔 분비를 촉진시켜 조직 손상부위에서 통증유발물질을 차단하는 동시에 척수 및 신경에서의 c-fos 단백 발현 감소 및 NMDA 수용체 인산화 조절을 통하여 통증유발신호를 억제하며, 뇌 및 척수에서 α2-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주어 진통 경로를 활성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 그림 7. 스트레스에 의한 진통 작용

 

봉독의 작용을 종합해보면 통증유발물질을 차단하는 소염작용과 통증의 전달을 차단하고 조절하며 다양한 진통기전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일차적인 고통을 효과적이면서 부작용 없이 조절할 수 있는 봉독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진료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봉독은 항암효과, 간세포 보호 효과 등 다양한 효과가 밝혀지고 있으며 피부에 대해서도 멜라닌생성 억제, 항노화 등 우수한 미용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봉독이 더 많은 임상활용을 통해 양적 확대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봉독 치료의 질적 성장 및 치료영역 확장이 이어지길 바란다.

 

참고 문헌

 

1. Park HJ, Lee SH, Son DJ, Oh KW, Kim KH, Song HS, Kim GJ, Oh GT, Yoon DY, Hong JT. Anti-arthritic effect of bee venom: inhibition of inflammation mediator generation by suppression of NF-kappaB through interaction with the p50 subunit. Arthritis and Rheumatism. 2004;50(11):3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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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im HW, Kwon YB, Ham TW, Roh DH, Yoon SY, Lee HJ, Han HJ, Yang IS, Beitz AJ, Lee JH. Acupoint stimulation using bee venom attenuates formalin-induced pain behavior and spinal cord fos expression in rats. The Journal of Veterinary Medical Science. 2003;65(3):3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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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Kim TW, Shin CS, Kim CH, Shin SW. Tramadol, Alpha-2 Adrenalin Receptor Subtype and Neuropathic Rat Mode, Korean J Anesthesiol 2007; 52(3):3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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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Wang C, Chen T, Zhang N, Yang M, Li B, Lu X, Cao X, Ling C.  Melittin,  a  major  component  of  Bee Venom, sensitizes human hepatocellular carcinoma cells to TRAIL-induced apoptosis by activating  CaMKII-TAK1-JNK/p38 and inhibiting IKK-NFkappa B.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2009;284(6): 3804-13.

10. Lee KK, Yeo JH, Han SM, Woo SO, Park JH, Kim SJ, Lee WR, Kim KH, Park KK. Effects of Bee Venom in TGF-β1-induced Hepatocyte Apoptosis.Korean J. Apiculture. 2008; 23 (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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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Kim JM, Kim YB. The Effect of Bee Venom Therapy on Skin Aging. The Journal of Korean Oriental Medical Ophthalmology & Otolaryngology & Dermatology 2010;23(2) : 27-40

           

 봉독약침의 효과를 소염과 통증 신경 신호 전달의 억제 기전 중심으로 잘 풀어서 쓰셨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봉독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포인트를 ‘통증의 화학적, 신경적 조절’과 면역학적 관용(immune tolerance, self tolerance)을 유발하는 데에 두고 있습니다. 
근골격계의 만성적 염증 상태는 염증이 재생기 반응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고 통증 자극 물질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있는 만성 염증기 상태입니다. 말하자면 면역계가 손상된 근골격계를 계속하여 공격하는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항원성을 띤 이종 단백질로 구성된 봉독약침을 자입합니다. 인위적으로 면역학적 관용을 유도하여 염증 반응을 조기 종료시키는 것이죠. 봉독을 포함한 독 면역요법(VIT)은 면역요법으로 분류됩니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봉독이 면역학적인 기전의 억제를 통하여 자가면역질환에도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치료 시 면역계의 피아식별 혼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치료적 용어로 ‘면역학적 관용’을 유도해야 합니다. 우리 몸을 공격하던 면역계가 정신을 차려서 ‘진짜 적은 따로 있구나‘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더 이상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고 이종 단백질을 공격하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이독치독(以毒治毒)의 원리라 불렀는데, 봉독약침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봉독이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지만, 역시 항원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위 역반응(reverse reaction)이라 불리는 전신적 과민반응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 한의사에 치료 하에 적정 용량을 고려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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