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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술 먹고 타이레놀 먹으면 안 되는 이유

by 이진복한의원 2020. 12. 6.

기초의약품 중 1순위로 꼽는 약은 ‘타이레놀’, 아세타미노펜(acetaminophen) 성분의 해열진통제입니다. 아기부터 노인까지, 심지어 임산부와 수유하는 아기 엄마들도 먹을 수 있는 약으로 알려진 타이레놀은 안전한 약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타이레놀은 생각보다 독성이 잘 알려진 약이기도 합니다. 간으로 대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간으로 대사되는 다른 약제와 함께 복용 시 간 독성 위험이 증가합니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간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프다며 타이레놀을 먹는 행동은 그야말로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모든 의약품은 인체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단, 여러 임상 데이터들을 참고하여 우리가 원하는 약효를 발현하는 용량을 찾아내서 활용할 따름이죠. 그러므로 모든 의약품은 용법에 맞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습니다.

약을 얼마나 투여해야 독성이 나타날까요? 이것은 의약품마다 편차가 큽니다. 또한 사람마다 독성을 나타내는 용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디곡신(digoxin)이라는 약은 심부전에 사용하는 약입니다. 디곡신은 사람에 따라 사용하는 용량 차이가 큽니다. 0.25mg 부터 4mg 까지, 증상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게 사용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A라는 사람은 사용량이 1mg만 넘어가면 어지럽고 시야가 흐릿해지며, 구토와 설사 등의 문제를 일으켜 1mg을 독성 용량이라 판단하지만, 다른 B라는 사람은 2mg으로 치료에 적합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남에게는 치사량이 나에게는 치료 용량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약이 나에게는 독, 남에게는 약이 되는 상황은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특정 약물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혹은 세파계 항생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만일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면, 해당 약제의 이름을 외우거나, 지갑 혹은 핸드폰 등에 해당 내역을 적어서 다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중적으로 상용되는 아스피린(aspirin), 타이레놀은 현대 의약품 개발 기준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했다면 절대로 의약품으로 허가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부작용 혹은 이상반응을 나타냅니다. 아스피린의 경우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인 라이 증후군(Reye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으며, 타이레놀은 간 독성 하나만 해도 안전성 문제로 의약품 허가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안전하다고 알려진, 인간이 오랫동안 사용한 의약품들도 인체에 무조건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 라이 증후군 : 인플루엔자, 수두 등의 바이러스 감염을 앓거나 앓고 난 직후에 갑자기 뇌와 간에 병변이 생기면서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

그렇다면 의약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할까요?
중요한 원칙 몇 가지만 지키면 가능합니다.

먼저 의약품 사용 시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개인의 증상에 맞는 의약품, 그리고 알레르기나 연령, 체중 등을 고려한 의약품 선택과 용량을 제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의약품의 이름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약은 애당초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약인지도 모르고, 이웃이 혹은 친구가 잘 듣는 약이라면서 건네준 약이 당신에게는 독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미 약을 먹고 있는데, 이웃이 준 약을 추가로 먹으면서 용량 과다로 신장이나 간, 심장에 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는 노인 분들에게 흔합니다.

약이 잘 듣는다고 용량을 임의로 2배, 3배 늘려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의사가 정말 꼭 필요할 때 먹으라고 처방해준 트라마돌(tramadol)이라는 진통제를 하루 동안 10알 이상 복용하는 분들을 생각보다 자주 마주합니다. 몇몇은 트라마돌 의존증이 의심될 정도로, 약이 없을 때는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런 환자가 술을 마시게 되면 호흡 억제나 혼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학생들이 조퇴를 목적으로 게보린이라는 진통제를 한번에 10알씩 복용하는 것을 빈번히 목격하는데, 이 역시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즉, 적정 용량을 넘어서는 용량을 마음대로 늘려서 약을 사용하는 것을 건강을 해치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위의 방법만 잘 지켜도 의약품을 안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약은 본디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되는 양날의 검과 같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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