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해독주스, 디톡스, 해독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독주스는 2010년대 초반, TV에 자주 나오는 이른바 ‘자연치료의학’ 전문가라 자처하는 의사가 쓴 책과 몇몇 연예인의 경험담을 통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의사의 주장은 밀가루, 패스트푸드, 기름진 음식, 술 등으로 우리 몸속에 독소가 쌓이고 쉽게 배출되지 않아 소화불량, 변비, 당뇨, 두통, 고지혈증, 암 등 여러 가지 병이 생기기 때문에, 해독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삶고 갈아서 주스로 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일과 채소는 독소와 노폐물을 정화하고 면역기능을 높이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요. 생으로 먹으면 흡수율이 5%에 불과하지만, 삶고 갈았을 때는 90%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해독주스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양소가 농축되기 때문에 항산화 성분, 항암물질, 식이섬유를 18배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며,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는 익히고, 사과와 바나나는 생으로 여섯 가지 과일과 채소를 믹서로 갈아서 섭취하라고 구체적인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Q2. 해독이란 무엇인가?
해독이란 영어로 Detoxification, 줄여서 디톡스라고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해독의 개념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해독은 대표적으로 알코올 해독, 약물해독, 대사해독이 있습니다. 즉 알코올과 약물의 중독 상태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도록 만드는 해독이라든가, 주로 간에서 효소들이 여러 가지 독성물질을 산화, 환원 등 대사를 통해 독성을 줄이거나 없애도록 하는 대사해독을 말합니다. 우리 몸에 들어 온 독성물질은 대개 특별한 노력 없이도, 간에서 해독과정을 거쳐 자연스레 독성이 약화되며, 중독될 정도로 특정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은 경우 해당 독성물질에 맞는 해독제를 투여함으로써 제거할 수 있습니다.
Q3. 해독이 유행하게 된 배경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시대에 어떤 음식을 먹으면 몸 안에서 부패되면서 독성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독성물질을 없애기 위해서는 몸을 청소해야 한다는 이론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론은 19세기까지도 지배적인 이론이었지만, 20세기 들어 의학이 발전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하는데요. 하지만 일부 과학자와 특히 최근 들어 대체요법 혹은 대체의학을 주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위 ‘쇼닥터’라 불리는 일부 의사들이 TV 등 대중매체에 출연해 의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여러 가지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과대광고 및 홍보하여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독주스 등의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지만, 그럴듯한 논리와 개별적 경험사례를 들면서 책 선전과 홈쇼핑으로 해독 관련 제품 판매를 통해 개인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Q4. 해독주스, 디톡스, 해독 다이어트, 의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해독주스, 디톡스, 해독 다이어트는 임상적으로 의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의학입니다. 해독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며, 과일과 채소를 갈아먹는다고 해독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해독이라는 용어는 특정 치료법을 그럴듯하게 선전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치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해독주스와 같이 과일을 주스 형태로 섭취하면 오히려 당뇨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데요. 2013년 8월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19만 명의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일주일에 과일 3개를 먹을 때마다 당뇨발생률이 2% 줄었지만, 과일주스를 3컵 마시는 경우 당뇨발생률이 오히려 8% 높았습니다. 액체형태는 장에서 흡수가 빨라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게 되는데요. 인슐린 역시 급격히 상승해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지만, 장기간 규칙적으로 마시면 결국 인슐린저항성이 생겨 혈당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감소하면서 당뇨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채소를 즙이나 액, 혹은 주스 형태로 섭취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이 역시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채소를 갈아서 자주 섭취하게 되면 칼륨이 높아져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여러 가지 영양성분이 고도로 농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독성 간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타민C가 우리 몸에서 대사가 되어 옥살레이트 성분이 많아지면 신장결석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고, 혈액 내 비타민K 농도도 높아져 혈액이 응고되는 경향이 높아집니다. 또한 식이섬유도 적어져 변비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독주스라는 가짜의학을 믿지 말고, 과일이나 채소는 조리나 가공을 최소로 해 씹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해독 다이어트나 디톡스 다이어트는 화학조미료, 착색제, 방부제 등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멀리하거나, 주스나 식이섬유 등의 제한된 식단을 통해 몸의 노폐물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다이어트 초기에는 주스나 식이섬유 등 제한된 식단으로 칼로리 자체가 적기 때문에 체중이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식단으로 돌아가 체중이 원상태로 되면, 효과도 없지만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독주스, 디톡스 혹은 해독 다이어트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가짜의학입니다. 가짜의학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고, 먹는 양을 줄이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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