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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정선근 교수 “허리 통증, 견딜 수 있으면 견뎌라”

by 이진복한의원 2016. 6. 17.

지난 5월 2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백년 허리』의 저자 정선근 서울대 의대 교수가 전하는 허리 건강 강연을 듣기 위해 자리를 지킨 것. 이날 강연에서 정선근 교수는 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와 치료의 어려움부터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허리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과 운동법까지 ‘백년’ 허리를 위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허리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허리 건강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레 실감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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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허리가 문제인가?

 

“옛날처럼 60 넘어 죽었을 때는 아무도 허리 아픈 걸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저 전공의 때는 허리 아파서 병원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마흔 좀 넘어 아프고 50대 지나 60대 되면 큰 병 걸려서 죽었으니까요. 걱정할 이유가 없었죠. 지금은 50이 돼 허리가 처음 아파도 이후로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게 문젭니다.”

 

나빠지기 전에 관리를 잘하면 좋겠지만, 아프면 치료를 하면 되겠지만, 실상 이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왜 날씨 좋은 날 여러분을 모아 강의하고, 책 쓰고, 프린트를 만들고 하느냔 말이죠. 아 프면 병원 가서 잘 치료 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아닌 것이요, 지금 우리 몸을 보는 의학 수준이 다 똑같다고 보시면 안 됩니다. 심장 내과라든지 암 치료처럼 사람이 죽는 병은 오래 전부터 의학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은 후 부검해서 조직도 얻고 혹은 죽기 전에 수술해서 속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요. 연구비도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허리나 어깨, 무릎이 아픈 건 죽는 병이 아니죠. 삶의 질을 조금 떨어뜨리는 병이다보니 연구 순위에서 많이 밀립니다. 그래서 굉장히 뒤쳐져있습니다. 그 말은 여러분들이 아셔야 하는 부분이 크다는 말입니다. 병원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낮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도 잘 모르니까요.”



 

다른 분야에 비해 의외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는 전문가의 말은 다시 하나의 사례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한 40대 남성은 역기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집에서는 푸시업과 턱걸이를, 헬스장에서는 120kg~150kg 역기를 들고 하는 스쿼트 운동을 했다. 어느 날 남성의 다리가 찌릿하게 아팠다. MRI를 찍어보니 결과는 ‘디스크’였다. 그때부터 스쿼트를 중단하고 허리 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허리에 좋다고 알려진 운동들, 앞으로 구부리기, 누워서 다리 잡아당기기 등을 했다. 그런데 허리가 점점 더 아팠다. 그렇게 2년이 지나 다시 MRI를 찍자 디스크 탈출이 더 심해져있었다. 이 남성은 다름 아닌 정선근 교수였다.

 

“이때 제가 재활의학과 전문의 십 년 차였습니다. 허리 아픈 분들도 많이 보고, 그분들에게 운동도 가르쳐드리고 했었죠. 그런데 환자분들한테 나으라고 가르친 운동을 직접 해보니 훨씬 더 아파지더라고요. 그렇게 2009년부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방랑을 시작했습니다.(웃음) 현존하는 허리 통증에 대한 도그마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실제로 허리 통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피해가 많았다. 약값으로 비싼 돈을 치르고, 과잉 수술을 받고도 여전히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정선근 교수는 어떻게 하면 심장이나 허파처럼 허리를 오래 잘 관리하며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허리 디스크도 심장이나 허파처럼 백 년 정도 쓰다가 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심장은 백 년 쓰고 디스크는 삼십 년만 쓰도록 만들진 않았겠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폐렴이 걸리면 막 열이 나고 기침도 하고 숨 쉬기 힘들지만 폐렴에 걸렸다고 폐를 무조건 들어내지 않지 않습니까. 폐암은 다르겠지만요. 자, 허리 아픈 문제가 과연 폐렴에 가까울까요, 폐암에 가까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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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왜 생기는가?


허리 통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허리 가운데만 아픈 통증과 허리를 비롯해 엉덩이와 다리를 거쳐 통증이 내려오는 경우(좌골신경통)다. 이 두 경우는 다른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이유로 나타난다.

 

“여러분들 중에 허리 아파서 비싼 돈 주고 MRI 찍어서 봤는데 별 거 없다는 얘기 들은 분들 있을 거예요. MRI로는 정상으로 보이는데 본인은 굉장히 아파하는 경우가 있죠. 어떤 분들은 큰 디스크 탈출이 있어 제거 수술을 했는데도 다리가 아픕니다. 반면 제거 수술을 하지 않아도 안 아픈 경우도 있고요.


1993년에 스웨덴 의사가 돼지로 실험을 합니다. 돼지 꼬리에서 디스크를 뽑아 그 돼지 허리에 살짝 묻혔습니다. 사흘이 지났더니 신경 전달 속도가 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신경 뿌리를 열어보니 그 속에 염증이 생겨 신경 뿌리 세포가 죽어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염증 때문에 아픈 거란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러니 이 수수께끼가 해결이 됩니다. 디스크 제거 후에도 계속 아픈 사람은 디스크가 기계적으로 제거는 됐지만 염증은 남아 있어 계속 아픈 거고, 디스크가 탈출해 신경을 누르고 있는데도 안 아픈 건 그 신경에 염증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디스크 탈출이 없는데 좌골신경통이 있는 경우는 아주 작은 구멍이 생긴 겁니다. 디스크가 졸졸졸 흘러내려서 신경 뿌리에 묻어 염증을 일으키는 거예요.”

 

통증의 해석이 굉장히 어려운 이유다. MRI로도 원인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환자 스스로가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정선근 교수는 자가 치유에 대해 설명했다.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은 결코 평생 가지 않는다. 아무 치료를 하지 않아도 평균 여섯 달 정도가 지나면 염증이 줄어든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6개월 정도면 100 아프던 게 20으로 떨어지니까요. 견딜 수 있으면 견디는 게 좋습니다. 이 허리 통증, 좌골신경통은 좀 참고 힘든 일 할 수 있으면 없애는 것보다 갖고 있는 게 낫습니다. 그게 있어야 내가 뭘 하면 아픈지, 내가 디스크에 어떤 해로운 짓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일종의 경보시스템이거든요. 어떤 행동을 해도 아프지 않도록 통증을 다 없애놓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너무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을 못한다면 그 통증을 좀 줄여야겠죠. 너무 심하면 소염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참을 수 있다면 갖고 계시라고 말을 합니다.” 

 

손상된 디스크를 아물게 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은 더 이상 디스크를 손상시키지 않고 자연 치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손가락을 칼에 베었을 때 더 이상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반창고를 잘 붙여서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손상된 디스크에 대한 반창고는 무엇일까? 바로 좋은 자세와 좋은 운동이다.(85쪽~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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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운동을 해도 아플까?


흔히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강화시킨다고 허리 운동을 한다. 근육 운동을 하는 것이다. 허리를 튼튼하게 하면 허리에 힘이 생겨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운동을 해도 허리가 아픈 것일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허리 가운데가 아픈 건 이유를 몰랐습니다. 근육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했어요. 근육이 뭉쳐서 아프고, 근육이 뻣뻣해서, 허리가 유연하지 못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도그마를 깬 사람이 오스트리아 정형외과 의사 헨리 크록라는 사람인데요. 디스크가 찢어져도 요통이 온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좌골신경통은 디스크가 밖으로 나오면 아픈 거고, 밖으로 나온 정도는 아니지만 찢어지기만 해도 허리 가운데가 아픈 거예요.”

 

디스크 안에는 신경도, 혈관도 없다. 하얀 연골만 존재한다. 이 안에 있는 세포는 뼈를 통해 확산되는 피의 영양분을 먹는다. 아주 서서히 스미는 형태다. 신진대사가 굉장히 느린 것이다. 이런 특징을 이해하면 통증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죽기도 어렵고, 죽고 나서 살기도 어려운 애들입니다. 그런데 이게 손상을 받게 되면 손상 받은 쪽으로 혈관이 자랍니다. 혈관이 신경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이런 손상이 디스크성 요통의 주범이 되는 거죠.”

 

허리 통증의 97%는 모두 디스크로 인한 기계적 통증이다. 근육이 약해서 아프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운동을 하기 십상이다. 허리 근육 강화를 위한 운동은 허리가 아프기 전에 해야 한다. 디스크가 찢어진 후 근육 운동을 하면 더 아파질 수밖에 없다. 정선근 교수는 대표적인 ‘허리 망치는 나쁜 운동’을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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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가 튼튼한 사람은 이런 운동을 하면 더 튼튼해질 수 있지만 한 번 찢어진 사람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은 손상을 받게 됩니다. 디스크가 망가져서 아픈 사람한테 근육 강화 운동을 시키는 것은 팔뼈가 부러진 사람한테 팔 힘이 약해서 뼈가 부러진 거니까 운동 빨리 해, 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뼈를 먼저 붙여야죠.”

 

 

손상된 디스크, 회복 가능할까?


디스크는 회복 가능하다. 찢어진 디스크를 맞물려두면 붙는다. 평생 허리 통증을 가지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디스크도 붙습니다. 그렇지만 손에 난 상처보다는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왜 그럴까요? 신진대사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보통 후방 섬유륜이 많이 찢어지거든요. 뒤쪽이 찢어지고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것을 붙이는 건 허리를 뒤로 젖히는 겁니다. 요추 전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리 아픈 사람들은 허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많이 하면 할수록 찢어져 있던 디스크가 붙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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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근 교수는 디스크로 허리가 아픈 경우 어떤 운동도 했을 때 통증이 있다면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또한 사람마다 신체의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통증이 없을 정도로만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리에 좋다는 맥켄지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는 “허리에 있어 선행학습은 죽음”이라며 허리 운동은 천천히 낮은 단계 운동만 해도 충분하다는 당부로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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