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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edical

전주 이진복한의원 연관통과 한의학

by 이진복한의원 2023. 7. 6.

안녕하세요. 

전주 이진복한의원 이진복원장입니다. 

 

오늘은 한의대 학생들을 위한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연관통과 한의학

 

 

‘연관통(referred pain)’이란 통증유발조직에서 상당히 떨어진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말한다. ‘근골격계 통증’이라는 범주에 국한해보자면, ‘내장체성 반사(viscerosomatic reflex)’를 매개하는 교감신경은 내(內)-외(外)를 통섭하는 한의학의 경락(經絡)과 그 임상적 속성이 매우 유사하다. 본 특별 기고에서는 연관통의 개념과 속성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記述)함으로써, 내외겸치(內外兼治)라는 한의학적 관점이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려 한다.

  

 

1. 연관통(Referred pain)

 

 

통증의 피해자(標)와 가해자(本)를 나눈 연관통 개념의 도입은 근골격계 치료 술기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더 이상 무턱대고 통증의 출현부위(피해자, 標)를 치료하지 않고, 통증의 원인(가해자, 本)을 추정 진단해서 야기 인자들 자체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형의학의 창시자인 Cyriax는 ‘아픈 곳만 치료하는 의사는 바보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MPS(Myofascial Pain Syndrome)의 소둔근 기원 연관통을 예로 들어보자. 방광경(膀胱經)이나 담경(膽經) 유주(流注) 부위를 따라 나타나는 하지의 통증을 통해 우리는 소둔근(gluteus minimus) 섬유가 통증유발점(Trigger Point, TP)일 거라고 추정 진단할 수 있다.

 

 

 

 

[그림 1] 소둔근 TrPs와 연관통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진단의 대상이라는 발상의 전환은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여러 근골격계 치료술기들은 진단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잠재적으로 가해자가 될 만한 범위를 설정했다. MPS에서는 근육과 근막을, MET(Muscle Energy Technique)에서는 근육, 근막 및 고유수용기를, IMS(Intra-Muscular Stimulation)에서는 척추 심부 내재근을, Prolotherapy1에서는 인대와 건을, PMID(Painful Minor Intervertebral Dysfunction)2에서는 미세 추간판 장애를, PRT(Positional Release Techniques)3에서는 근신장 단위(myotatic unit)를, Chiropractic에서는 관절의 부정렬을 통증의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하여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였다.

 

 

근골격계 치료술기 지목한 가해자
MPS 근육과 근막
MET 근육, 근막 및 고유수용기
IMS 척추 심부 내재근
Prolotherapy 인대와 건
PMID 미세 추간판 장애
PRT 근신장 단위(myotatic unit)
Chiropractic 관절의 부정렬

[표 1] 각 근골격계 치료술기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위 치료술기들의 공통점은 가해자(本)가 체성조직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내장, 즉 오장육부(五臟六腑)는 용의자 항목에서 빠져 있다.

 

 

물론 여러 근골격계 연관통을 매개하는 신경이 ‘체성신경(somatic nerve)’이기는 하다. 체성 감각신경을 통해 통증이 유입되고, 체성 운동신경을 통해 특정 근육이 단축·긴장되고 다른 근육은 이완·약화되면서 각종 증상이 발현된다. 즉, 근골격계에서 나타나는 연관통의 증상들은 주로 체성신경이 매개하는 통증과 근긴장도(muscle tone) 변조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 서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MPS 등에서는 연관 자율신경현상(referred autonomic phenomena)으로 혈관수축, 차가움, 한출(汗出), 입모반응, 혈관확장 등의 교감신경 병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피부와 fascia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교감신경성 특이 증상으로 MPS에서는 피하섬유증식(panniculosis)을, PMID에서는 봉와염성 부종(cellulalgic edema)을, IMS에서는 영양성 부종(trophedema)과 영양성 변화(trophic change)를, PRT에서는 자율신경성 이영양증(autonomic dystrophy)을, MET에서는 정맥저류와 림프부종 등을 각각 언급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교감신경이 매개되어 나타나는 증상(標)들이므로, 근골격계 연관통에 체성신경뿐만 아니라 자율신경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해당 서적들에서는 정작 그러한 연관 자율신경현상이 나타나는 원인(本)에 대해서는 상술하지 않았다. 한의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표본(標本) 개념이지만, 체성신경이 지배하는 근골격계 조직에 갑자기 등장한 연관 교감신경현상(標)의 원인(本)을 추정한다는 것은 기존 서적의 근골격계 연관통 개념만을 가지고 치료하는 시술자에게는 그야말로 난제라고 할 수 있다.

 

 

 

2. 연관통과 교감신경

 

1) 연관통의 기전과 교감신경

 

연관통의 기전을 설명하는 것들로는 수렴-지각투사 이론, 척수 넘침 이론, 침해수용기의 반사 활성 이론 등이 있다. 그 중 ‘내장 기원성 체성 연관통’의 기전과 증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침해수용기의 반사 활성 이론’은 다음과 같다.

 

 

[그림 2] 내장 기원성 체성 연관통의 기전

(Hugh Hemmings, Phillip Hopkins. Foundations of Anesthesia - Basic Sciences for Clinical Practice 2nd edition. Elsevier. 2006. chapter 23, Physiology of Pain에서 수정 인용)

 

 

① 위궤양(오장육부 기능부전)의 신호가 구심성 교감신경(내장 감각신경)을 통해 척수로 유입한다.

 

② 구심성 교감신경은 척수 분절에서 분기발산(wide divergence branch)한다.

 

 

 

분기발산한 교감신경은

 

첫째, 교감-교감 신경반사를 통해

 

  ③ 원심성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병소 내장의 혈관수축을,

 

  ⑥ 동일 분절을 공유하는 피부의 침해수용기를 민감하게 해서 통각과민을 유발한다.

 

 

 

둘째, 교감-체성 신경반사를 통해

 

  ④ 체성 운동신경을 흥분시켜 동일 분절을 공유하는 근육의 근긴장도 변조를 유발한다.

 

⑦ ⑥에 의해 체성 침해수용기가 활성화되어 통증 신호를 구심성으로 발화한다.

 

⑧ 통증 신호는 체성 감각신경을 통해 척수에 도달한다.

 

⑨ 구심성 감각로를 통해 뇌에서는 피부에 통증이 있다고 오인하여 지각(perception)하게 된다.

 

 

 

앞서 근골격계 주요 치료술기들이 통증의 가해자(本)가 될 수 있는 범위를 체성조직에 한정시켰다고 지적했었는데, 오장육부의 기능부전이 교감신경을 매개로 체성조직에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연관통 개념을 가지고 근골격계 증상을 진단할 때에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로 오장육부의 기능부전이 숨어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림 3] 절름발이가 범… 근골격계 통증의 유력한 용의자(the usual suspects)로 오장육부를 놓쳐서는 안 된다.

 

 

2) 연관교감신경현상의 기전

 

 

체성조직의 작용기(effector)에는 동맥, 정맥, 림프관, 분비선, 건초활막, 관절활막, 지방조직, 면역조직, 땀샘, 입모근, 근육 등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원심성 교감신경이 지배하지만, 예외적으로 근육만은 원심성 체성신경(운동신경)이 지배한다.

 

 

체성조직의 동‧정맥은 교감신경 작용에 의해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Alarm response가 아닌 상황에서도 교감신경 흥분은 혈관 직경을 축소시킬 수 있다. 즉, 정지억울(情志抑鬱), 간울기체(肝鬱氣滯), 사려상비(思慮傷脾) 등의 칠정(七情) 스트레스 상태 또는 오장육부 기능부전 상황에서 동·정맥은 교감신경에 의해 전신적 또는 분절적으로 긴장되어 국소적 동맥관류감소, 정맥저류, 림프저류 등의 증상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또 교감신경 흥분상태에서는 체성 침해수용기(nociceptor)가 과민해져서 통증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섬유모세포(fibroblast)의 활성이 억제되어 몸이 더디게 회복한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세포외 섬유성 조직(fascia)인 근막, 건, 인대, 관절낭, 골막 등에서 조직 회복을 위한 콜라겐 cross link의 재배열이 억제되는데, 이로 인해 fascia는 성글어지고 비대해지는 동시에 점탄성이 떨어지고 통증에 민감한 조직으로 변한다. 아울러 땀샘의 땀 분비는 증가하지만 그 외의 분비선 점액 분비는 감소하여, 동맥 수축으로 인한 냉감, 정맥저류로 인한 열감, 입모(立毛) 반응, 그리고 영양성 부종(nutritional edema) 등의 영양성 변화도 발생하게 된다.

 

 

체성조직에 미치는 교감신경의 영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질병이 반사성 교감신경성 이영양증(Reflex Sympathetic Dystrophy,  RSD)인데, 이는 체성조직에 교감신경의 반사성 과흥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이 질환에서는 통각과민, 지각과민, 발한과다, 피부색조 변화, 청색증, 냉감, 골밀도 감소, 근육위축, 섬유성 조직 약화, 혈관운동성 변화 등의 증상이 모두 나타난다.

 

 

 

[그림 4]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에서의 반사성 교감신경성 이영양증 증상

 

 

연관교감신경현상은 경미한 RSD 상태라고도 할 수 있지만, RSD는 교감신경 자체의 질병이며, 연관교감신경현상은 오장육부 기능부전으로 인한 연관통 증상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3. 한의학과 교감신경

 

 

한의학에서 교감신경을 지칭하는 용어나 그 기능과 구조에 대한 구체적 묘사를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오체(五體), 오관(五官), 오장육부, 배수혈(背兪穴), 복모혈(腹募穴), 칠정(七情) 및 경락 체계는 교감신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오관칠규(五官七竅)의 점액분비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상반적으로 작용하고, 오장육부 역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상호작용하여 기능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기록들을 살펴봄으로써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인체에 대한 정체관(整體觀)을 어느 정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제 오체, 배수혈, 복모혈, 칠정에 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1) 오체(五體)와 교감신경

 

한의학의 오체(五體)와 교감신경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원전(元典)에서 언급한 근(筋)․맥(脈)․육(肉)․피모(皮毛)․골(骨)을 근골격계 체성조직으로 치환해 보면, 근(筋)은 근․건, 맥(脈)은 동․정맥과 림프관, 육(肉)은 근육과 근내지방, 피모(皮毛)는 피부조직, 골(骨)은 골격, 인대, 관절낭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교감신경 흥분이 오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보면 다음 표와 같다.

 

 

오체(五體) 교감신경 흥분이 미치는 영향
근(筋)
(근․건)
- 건초활막의 분비를 억제시켜 건의 움직임에 마찰 저항을 증가시킨다.
- 건의 콜라겐 조직을 성글고 비후하게 만들며, 점탄성은 떨어지게 한다.
맥(脈)
(동․정맥과 림프관)
- 혈관의 직경을 축소시켜 국소적 동맥관류감소, 정맥저류, 림프저류, 국소냉감 등을 유발한다.
- 체성조직에 영양성 부종을 유발한다.
육(肉)
(근육과 근내지방)
- 근긴장도의 변조를 유발해서, 근육을 단축․긴장시키거나 이완․약화하게 하여, 근육의 경결, 압통을 유발한다.
- 근방추, 골지건기관의 고유수용기를 민감하게 하여 척수반사를 촉진시킨다.
피모(皮毛)
(피부조직)
- 피부의 모든 감각수용기, 침해수용기를 민감하게 한다.
- 피부의 모든 작용기(땀샘, 입모근, 동맥, 정맥, 림프관, 분비선, 면역조직, 지방조직 등)는 모두 교감신경에 의해 단독 지배를 받으므로, 이러한 피부 작용기들이 과활성화된다.
골(骨)
(골격, 인대, 관절낭)
- 골막, 인대, 관절낭의 섬유성 조직을 성글고 비후하게 만들며, 점탄성은 떨어지게 한다.
- 영양성 변화를 유발한다.
- 관절활막의 활액 분비를 억제하여 관절 움직임에 저항이 증가된다.

[표 2] 교감신경 흥분이 오체(五體)에 미치는 영향

 

체성신경이 근골격계 체성조직의 모든 침해수용기를 지배하지만, 침해수용기를 과민하게 만드는 요소 중에 교감신경 흥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체성조직에서의 통각과민, fascia에서의 콜라겐 점탄성 감소, 연부조직에서 좁쌀만한 크기로 몽글몽글하게 만져지는 영양성 변화… 이 모든 병리적 변화의 바탕에는 교감신경 흥분이 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fascia에는 고유수용기와 침해수용기가 매립되어 있으므로, 고유수용의 왜곡과 침해수용의 과민이 유발되기도 한다.

 

 

한의학의 ‘오체’는 근골격계 체성조직과 상응하는 용어로, 체성신경만이 관여하고 있다고 인지되기 쉬우나, 실질적으로 교감신경과 밀접하게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국소적인 근골격계 통증과 기능부전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국소적 교감신경 흥분의 가능성에 대해서 의심해 보아야 하며, 더 나아가 오장육부 기능부전도 살펴보아야 한다.

 

 2) 복모혈(腹募穴)과 배수혈(背兪穴)

 

 

오장육부의 기능부전을 진단하는 포인트 중에는 복모혈과 배수혈이 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오장육부의 기능부전은 교감신경을 매개로 해서, 동일 분절을 공유하는 피부의 침해수용기를 민감하게 하여 통각과민이나, 근육의 근긴장도 변조를 유발한다. 이 통각과민 또는 영양성 부종이 발생하는 지역이 복모혈과 배수혈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복모혈은 교감신경이 매개하는 내장 기원성 피부 통각과민 지역인 Head's zone과 매우 유사하다.

 

 3) 칠정(七情)

 

칠정은 정서정동이며, 칠정기울(七情氣鬱)은 정서정동적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 그 중에서도 특히 교감신경은 변연계(limbic system)를 경유해 ① 칠정을 내장 움직임으로 변환시키거나, ② 내장 감각을 칠정으로 변환시킨다. 즉, 칠정과 오장육부를 동조화시키는 매개체로 교감신경이 기능하는 것이다. 칠정기울은 뇌의 통증 감수성 자체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교감신경계의 변조를 유발해서 근골격계 통증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림 5] Head's zone(Sobotta, Atlas of Human Anatomy에서 수정 인용)과 복모혈의 비교

 

 

4. 경락과 교감신경

 

내장 기원성 체성 연관통에 미치는 자율신경의 영향은 부교감신경보다는 교감신경이 우세하다. 부교감신경은 3, 7, 9, 10번 뇌신경과 골반신경(S2-S4)에서만 유출·유입하므로, 오관, 오장육부, 음부와의 관계는 밀접한 반면 체성조직과의 관련성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부교감과 관련된 체성 연관통으로는 위장관 질환에서 미주신경을 매개로 하여 전이되는 두통이 있으며, 이는 한의학의 담궐두통(痰厥頭痛)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체성조직과 관련된 자율신경은 대부분 교감신경이다.

 

 

교감신경은 흉요추(T1-L2)에서 유출유입해서, T1-L2에 해당하는 체간부 체성 조직을 분절적으로 지배한다. 오장육부(內)와 체간 (外)이 교감신경을 통해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감신경은 2차 분절을 통해 체간 이외 부위를 지배하는데, T1-4에서 유출․유입하는 교감신경은 두부, 안면, 오관, 경항부(頸項部)의 체성조직을, T5-9에서는 상지를, T10-L2에서는 하지를 2차 분절적으로 지배한다. 즉, 교감신경을 통해 오장육부와 체간부 사이(內外)뿐만 아니라, 오장육부와 두경부, 상하지 사이(上下)도 연결되는 것이다.

 

 

체간부 체성조직과 오장육부의 내외(內外) 연결은 교감신경의 1차 분절관계에 해당하며, 경락 중 장부에 속락(屬絡)하고 횡(橫)으로 유주하는 소로(小路), 락맥(絡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두부, 경항부, 안면, 오관, 상지, 하지의 상하(上下) 연결은 교감신경의 2차 분절관계에 해당하며, 경락 중 장부에 속락하고, 종(縱)으로 유주하는 대로(大路), 경맥(經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6] 자율신경계

 

한의학에서 내부(오장육부, 칠정)와 외부(오관, 오체, 두경부, 상지, 하지, 경피, 경근, 혈락(血絡) 등)를 모두 통섭하는 주체는 경락이다. 오장육부의 기능부전은 경락을 통해 밖으로 표출되며, 체표면의 치료적 자극은 경락을 통해 오장육부로 전수(傳輸)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외(內外), 상하(上下)가 경락을 통해 연계되어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락 체계는, 척수 분절을 경유하여 나온 교감신경이 매개체가 되어 체성조직에 연관교감신경현상을 발생하게 한다는 ‘내장 기원성 체성 연관통’ 개념과 그 개념이 유사하다. 경락학설의 의의는 경맥의 순행노선 그 자체보다도 인체 내외상하(內外上下)에 분포해있는 상이한 기관과 조직들을 특정하게 연결시킨 임상적 경험의 규율에 있을지 모른다.

 

 

5. 연관통과 한의학

 

1) 한의학적 연관통 치료

 

앞서 말했다시피 근골격계 서적에서 주로 논의된 ‘연관통’ 개념에서 오장육부에 대한 언급은 매우 적은 편이다. 간혹 연관 자율신경현상(referred autonomic phenomena), 가성내장통(pseudo-visceral pain), 유발지속인자(perpetuating factor) 등으로 기술되기는 하지만, 근골격계 치료술기 입장에서 이런 것들은 어차피 부록에 불과한 요소들이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를 뿌리로 한 경락이 체성 조직에 이어져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수많은 근골격계 증상들은 광의(廣義)의 ‘내장 기원성 체성 연관통’일 수 있다.

 

 

 

경락에 해당하는 신경생리적 매개체는 교감신경이며, 교감신경이 병리적으로 변조되는 바탕에는 정서정동적 스트레스와 내장기능부전이 있다. 따라서 임상에서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 증상을 치료할 때에는 항상 교감신경흥분을 염두에 두고, 국소적 근골격계 치료와 더불어 칠정기울(七情氣鬱)에 대한 치료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허실(虛實) 조절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외겸치(內外兼治)이다. 다행히 한의학에는 칠정기울과 오장육부허실을 해결하는 다양한 치료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근골격계 통증 시에도 이러한 치료법들을 적용하면 된다.

 

 2) 연관통과 담(痰)

한의학에서 ‘내장 기원성 체성 연관통’과 가장 유사한 용어는 담(痰)이 아닐까 싶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痰)이란 정상 상태였던 진액(津液)이 정체되면서 병리 산물로 바뀐 것이다. 이를 해부생리학적으로 해석해보자면 동맥, 정맥, 림프관을 신경지배하는 교감신경의 국소적 흥분에 의해 조직에서 진액의 정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본(本)은 오장육부에 있으며, 표(標)는 오관, 두경부, 사지, 체간, 횡격막 등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일례로 《금궤요략(金匱要略)》에서는 장간(腸間), 협하(脇下), 사지(四肢), 격하(膈下) 등 발생 부위에 따라 담(痰)을 담음(痰飮), 현음(懸飮), 일음(溢飮), 지음(支飮) 등으로 구분했다. 오장육부의 기능부전 증상도 다양하겠지만, 그것이 나타나는 연관통의 부위 또한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폐(肺) 기능부전 증상과 그 체성 연관통, 위(胃) 기능부전 증상과 그 체성 연관통을 각각 상정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3) 한의학의 근골격계 통증 모델

한의학의 통증 모델은 통증을 유발하거나 지각하는 여러 신체, 정서적 요소들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작용하는지에 집중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통증은 비록 그것이 국소적으로 나타났을 때조차 상하내외의 각종 기관들과 상호 연계된다. 따라서 통증과 관련될 수 있는 모든 정체적(整體的)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종합적 상황 파악에 대한 간명한 귀결이 변증(辨證)이다. 즉, 변증(辨證) 과정은 연관통의 진단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긴 설명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통합적 통증 모델은 한의학적 내외겸치(內外兼治) 관점의 표식(標式)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 7] 한의학과 근골격계 치료술기의 통합적 통증 모델

 

6. 참고서적

 

Lars Arendt-Nielsen et al. Viscero-somatic reflexes in referred pain areas evoked by capsaicin stimulation of the human gut. European Journal of Pain. 2008;12:544–51.

 

Hong-You Ge et al. Sympathetic facilitation of hyperalgesia evoked from myofascial tender and trigger points in patients with unilateral shoulder pain. Clinical Neurophysiology. 2006;117:1545-50.

 

Romana-Souza B et al. Stress-induced epinephrine levels compromise murine dermal fibroblast activity through β-adrenoceptors. Exp Dermatol. 2011;20(5):413-9.

 

Nis Hjortskov et al. Sympathetic outflow enhances the stretch reflex response in the relaxed soleus muscle in humans.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5;98(4):1366-70.

 

Henke C, Beissner F. Illustrations of visceral referred pain. "Head-less" Head's zones. Schmerz. 2011;25(2):132-9.

 

Han DG, Lee CJ. Headache associated with visceral disorders is “parasympathetic referred pain”. Medical Hypotheses. 2009;73:561–3.

 

 

 

전주 이진복한의원 이진복원장(한의학 박사, 침구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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