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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야기/Magazine

환자를 잘 보는 일차의료 의사

by 이진복한의원 2017. 7. 18.

환자를 잘 보는 일차의료 의사

기사승인 2017.07.17  1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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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괄성· 지속성· 책임감’ 일차의료 중요 요소

 의학신문사-대한가정의학회 공동 학술기획 

 일차진료 현장에 진료·치료 최신지견

최근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일차의료 활성화의 필요성이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질병의 종류와 연령 등에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가정의학과가 대표적 일차의료과로서의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본지는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양윤준)와 공동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단에 대한 기초부터 다양한 질환 관리와 치료약제 및 노인진료 등 폭넓게 학술적인 내용을 담은 학술특집을 마련, 12회에 걸쳐 게재한다.

 - 글 싣는 순서 -
 ▷ 환자를 잘 보는 일차진료 의사
 ▷ 일차진료에서 이상지질혈증 관리
 ▷ 일차진료에서 혈당 관리
 ▷ 일차진료에서 혈압 관리
 ▷ 암 생존자 건강관리
 ▷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 환자 관리
 ▷ 일차진료에서 성인예방접종
 ▷ 일차진료에서 금연약물치료
 ▷ 일차진료에서 비만약물치료
 ▷ 일차진료에서 신체활동 관리
 ▷ 일차진료에서 노인진료
 ▷ 일차진료에서 약물부작용

 


심재용
연세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일차의료’의 정의는 WHO(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하여 미국 가정의학회, 캐나다 의학협회 등 수많은 곳에서 내리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일차의료가 최초로 환자를 접촉하여 단순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에 국한된 것으로 말하는 곳은 없다.

미국의학연구소((IOM)는 일차의료의 요소에 접근성(accessibility), 포괄성(comprehensiveness), 지속성(continuity), 조정(coordination), 책임감(accountability)이 포함된다고 하였는데, 여기에는 최초접촉이라는 말이 아예 들어가 있지 않다. 최초접촉이라는 말은 상급의료기관으로 가는 길을 통제하는 문지기 역할(gate keeping)을 위해 사용하는 말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일차의료를 통제수단이나 낮은 수준의 의료를 가리킬 때 사용하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1989년 7월 1일 전국민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처음의 취지와 달리 환자를 통제하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차 의료급여기관을 우월한 느낌이 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부르면서 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도리어 3차 의료기관에 가면 1차에서 해결 못하는 모든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를 낳았고, 쉽게 갈 수 없다면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가고 싶도록 만들어 놓았다. 마치 3차 의료기관만 최고 수준의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데 정부가 통제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론 특정질환에는 3차 의료기관이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여 고난이도의 최신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여기에는 최고의 의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의들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3차 의료기관으로 밀려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는 짧은 시간에 충분한 병력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오진을 피하려면 최신 검사 장비를 자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아니,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차의료 의사들이라면 단번에 알아내는 건강관련문제를 진단하는 데 많은 비용을 치르거나, 심지어 놓칠 수도 있는(다행히 당장 생명에 위험을 가져오는 치명적 질환을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단면적 진료의 함정이 드러난다. 각종 검사 이후에도 진단이 안 되는 환자는 신경성 환자, 건강염려증 환자가 되거나 거꾸로 일차의료 의사에게 되돌아와 호소한다.

일차의료라는 단어만큼 평가 절하된 단어가 ‘일반의(general doctor)’인데, 우리나라에서 일반의는 의과대학을 갓 졸업하여 특별한(전문의) 수련을 받지 못한 의사를 가리킨다. 영어의 ‘general’ 이란 말은 유엔의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 장군(general), 총무과장(general manager), 종합병원(general hospital) 등 통합하고 총괄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일반의는 포괄적인 의학 지식과 다양한 의료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사에게 사용되어야 하는 말이다. 반면 ‘special’ 이라는 단어를 ‘특별하다’고 번역하게 되면 매우 좋다는 의미로 느껴지는데, 그런 맥락에서 전문의(specialist)는 매우 우수한 의사로 대우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theory of special relativity)은 이를 10년 만에 확장하여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 보다 우수한 이론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special’이 특수한 조건(제한된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의미에서 유래한 ‘specialist’는 특수한 의료 장비로 무장한 특수한 시설(3차 의료기관)의 조건을 갖춘 3차 병원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가이다.

한두 가지의 분명한 증상과 단순한 병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최신의 검사장비로만 미세한 병변의 감별이 가능한 조건의 경우라면 3차 의료기관의 전문의에게 진료 받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복잡한 병력의 환자는 어떨까?

A라는 75세 여자 환자가 약 7개월간의 안면홍조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신경과에서 MRI 및 MRA를 시행하였으나 이상이 없다고 하였고, 안면홍조 때문에 부인과에서 여성호르몬을 복용해 보기도 했으나 효과가 없었으며, 종합검사 등에도 이상이 없어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복용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더 어지러워하였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으나 해결이 안 되어 당신에게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환자의 활력증후는 정상이었다.

여기까지가 환자와 보호자의 호소 내용이다. 실제 환자는 대부분의 문제해결 단서가 주어지고 이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학생 시험 문제와 다르다. 자 이제 무슨 검사부터 할 것인가? 아니면 무엇을 먼저 물어보시겠는가?

환자는 고혈압 외에는 별다른 과거력이 없었는데, 항고혈압제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하여 환자가 다니고 있는 약국에 전화를 걸어 간신히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한 시간 반 가량 조사한 끝에 알아낸 환자의 병력은 다음과 같다.

고혈압이 있는지 몰랐던 환자는 7개월 전 백내장으로 수술하게 되었는데, 이때 고혈압을 처음으로 진단받아 수술가능성 여부 위해 심장내과에 의뢰 후 칼슘차단제를 복용하면서 수술을 진행하였다. 백내장 수술은 깔끔하게 잘 되어 보이는 것은 지장 없었으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환자들처럼 ‘혈압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속설에 따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약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환자는 수술을 앞두고 심하게 긴장했었다고 하였다. 진단이 되지 않아 자녀들이 환자를 모시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는데, 가족은 화목하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지러운 증상 때문에 심각한 질병을 놓친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환자는 항고혈압제를 끊은 다음 날부터 증상이 사라졌다.

다음 환자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B라는 55세 환자가 불안과 피곤함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환자 문제 통합·총괄하는 능력 갖춰야
일반의만큼 일차의료 의사 인식도 ‘평가절하’
복잡한 환자 병력 파악 노력에도 보상 따라야

최근 환자의 가족 중 80세 어머니, 19세 딸, 85세 아버지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연속적으로 입원하게 되었는데 가족들이 교통사고나 재난사고 등을 당한 것은 아니었고, 전염병도 아니었다. 진단명을 알아보니 어머니는 치주농양, 딸은 우측 슬개골의 습관성 탈구, 아버지는 뇌졸중이었다. 그렇지만 이 환자는 다음 차례로 행여 가족 중 누가 사고라도 당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 환자 가족의 일련의 입원 사건은 단지 우연이었거나 운이 지독히도 나쁘기 때문이었을까? 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환자의 어머니는 보름 전 충치 때문에 근관치료를 받았는데, 습진 때문에 복용한 스테로이드로 인해 면역이 저하되어 치주농양이 발생하였고, 이 때문에 음식을 못 먹고 기력이 없어 입원하게 되었다. 환자는 다음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예정된 딸의 간병을 맡아야 해서 어머니를 돌볼 수 없었고, 대신 평소에 건강하여 테니스를 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시던 환자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이틀간 병원에서 주무시게 되었고, 심방세동으로 와파린을 복용 중이던 아버지는 집에 약을 두고 오시면서 3일째 뇌졸중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환자는 세 가족의 간병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 그리고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가족의 입원 사건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환자의 문제를 이야기로 풀면 어떤 의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병력이다. 이 가족이 모두 동네의 한 의사에게 오랜 동안 다니고 있었다면 이런 사실은 이미 인지되었을 것이고, 최근 환자의 불안과 피로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5분도 안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 환자를 처음 보는 의사라면 3차병원의 전문의라 할지라도 여러 시간이 걸릴 것이며, 아무리 많은 검사를 하더라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일차의료의 요소인 포괄성, 지속성, 책임감에 답이 있다.

포괄성

일차의료 의사는 성별, 연령, 질병의 종류에 관계없이 가족을 대상으로 대부분의 건강문제에 대해서 응대한다. 혼자 대응할 수 없는 문제는 그 분야의 전문의에게 의뢰함으로써, 때로는 사회적 인맥 자원을 활용해서라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coordination). 초진 환자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어디가 아프신지’를 묻는 대신 ‘어떤 일로 오셨는지’를 물음으로써 특별한 병이 없이 건강증진을 위해 내원한 경우도 귀찮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수용한다.

포괄적 진료란, 가령 한 환자에게서 보이는 근골격계 증상은 정형외과 의사를, 높은 혈당은 내분비내과 의사를, 우울하거나 불안함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흉내 내어 각각을 별개의 문제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specialist’보다 최신 지견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대신 ‘generalist’는 여러 과목의 수련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감각을 형태로 지각하는 게슈탈트(gestalt) 형성 능력이 발달되었다. 이는 수많은 점들이 서로 연결되며, 전경이 배경에서 분리되어 의미 있는 형태로 인식되고, 복잡한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ation) 계산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소음(noise) 속에서 신호(signal)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람 얼굴 형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을 구성하는 점과 선들이 미세하게 변화할 때 수학적으로 벡터를 계산하지 않고도 살짝 미소 짓고 있는지, 우울한지, 호기심이 가득 차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런 능력 때문에 일차의료 의사는 남들에게 애매하게 보이는 환자의 다발적이고 애매한(multiple undifferentiated)증상의 의미가 내과적 문제인지, 근골격계의 문제인지, 정신신경계 문제인지, 다중약제사용의 문제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지속성

일차의료 의사는 한 동네에서 오랜 동안 지속적 의사-환자 관계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책방에서 구입한 이야기책이 파본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처음부터 모든 쪽의 숫자를 일일이 확인해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읽다보면 이야기가 중복되거나 건너뛰어 이상하다 느낄 때 쪽 번호를 확인해보고 제본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되는데 숫자를 세는 중 실수하는 것보다 이편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환자를 잘 아는 의사는 무언가 이야기가 잘 맞지 않는 것을 명확하게(clarification) 가려낼 수 있다. A, B환자의 경우와 같이 검사만 해서는 절대 해석이 안 되는 사건들은 이야기로 정리해야만 이해될 수 있다. 환자를 처음 대할 때 어색함을 깨기 위해 건너는 인사(icebreaker)나 시시껄렁한 농담도 나중에 환자를 입체적으로 기억하는 데 활용된다.

책임감

‘specialist’는 질병이 없는 환자를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령 심장내과 의사는 흉통이 심장으로부터 기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떤 전문의보다 정확히 짚어낼 수가 있지만 무엇이 원인인지 다 알 수도 없으며, 심각한 질병이 배제되기만 하면 굳이 원인을 다 알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차의료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심각성(seriousness) 뿐만 아니라 빈도(frequency)에 근거하여 판단하며 정밀검사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된 환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설명할 책임감(accountability)을 느낀다. 흉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근골격근계 질환이며, 외래환자 10명중 1명은 공황발작 때문에 방문하였거나 공황발작의 과거력 또는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고, 응급실에서 흉통의 4분의 1 정도는 공황발작의 13가지 신체증상 중 하나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지 청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부위에 대한 촉진과 심리적 면담을 시행하고 흉통의 이유를 설명해줌으로써 환자를 안심시킬 수 있다. 반면 건강에 위험이 되는 환자의 습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경고하고 행동수정을 위해 동기면담과 환자교육을 수행하려고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말은 최소한의 책임만 지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고, 혹 내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누군가라도 뒤에서 책임질 수 있는 2차적 장치를 만들어 놓겠다는 말이다. 일차의료 의사는 환자의 건강문제에 일차적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 해결하려 하고, 애매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하려 애쓴다. 그러기 위해 환자의 주소(CC; chief complaint)를 들으면서 동시에 환자의 주요 관심(CC; chief concern)을 알려고 한다.

다시 의료전달체계와 최초접촉의 문제로 되돌아 가보자. 자기를 이해해주는 일차의료 의사에게 한 번 진료를 받은 환자는 어떤 건강문제가 발생할 때 머리 속에 이 의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 마음먹으면 쉽게 연락이 된다는(accessibility)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굳이 제도로 통제하지 않더라도 일차의료 의사에게 가장 먼저 진료를 받으려 할 것이다.

피부의 1차 병변(primary lesion)이라면 한 눈에 진단할 수 있는 피부과 전문의라도 2차 병변(secondary lesion)은 애매하여 조직검사를 권한다. 만일 흉통으로 인한 불안함 때문에 진료를 받은 환자가 별 문제가 없다는 첫 의사를 못 믿고, 그 불안함 때문에 그 이후에도 여러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의사들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또는 역류성식도염 등을 먼저 배제하고자 비슷한 질문을 하는 것을 반복 경험하면서(organized) 어떤 말을 해야 의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배우게 된다면(educated), 3차 의료기관에 와서는 의사로 하여금 무언가 제대로 된 검사를 하도록 할 목적의 꾸러미 증상(package symptom)을 호소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마치 2차 피부병변과 같아서 정밀검사를 하지 않으면 구별이 안 되고, 검사를 해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다시 세밀한 병력청취가 필요한데도 이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서 보상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피한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한 번 더 이동할 때마다 병력은 더욱 복잡해지는데, 이를 자유로이 허용하려면, 복잡한 병력을 파악하는 의사의 능력과 노동력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최초 접촉 의료를 일차의료 의사에게 맡기면 진단을 빠르고 정확히 할 수 있고, 환자는 시간과 돈이 절약 되며, 국가적으로 의료비가 절약될 뿐만 아니라 (보험 상환을 위해 배제진단명을 넣다보면 병명을 가진 환자의 수가 많아지는 효과가 없어지므로) 통계적인 건강수준도 향상 된다.

그러므로 상급의료기관 진입 통제를 위한 의료전달체계보다 더 필요한 것은 복잡한 병력을 가진 환자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꿰고 있는 단골 일차의료 의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력 있는 일차의료 의사는 아무 수련을 받지 않은 우리나라의 소위 ‘일반의’가 할 수 없다.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 경험이 필요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면담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환자의 건강에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훈련 받아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를 하면서 많은 환자를 경험할수록 환자의 문제를 통합하고 총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의사가 아직 더 많이 필요하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출처 : http://m.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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