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사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본질은 한약인데, 포장과 제형만 바꾸어 양의사들에게 천연물신약으로 탈바꿈시켜 무제한 허용하고 있는 것은 의료이원화 체제를 규정한 의료법에 모순되는 행위이다. 이는 한마디로 정부가 앞장서서 한의사들의 면허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의학을 6년 이상 공부한 한의사들도 어려워하는 한약처방을 한약을 전혀 공부한 적이 없는 비전문가인 양의사들에게 한약 소재의 천연물신약 처방을 허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겠다. 이는 한의사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겠다.
중국에서도 서의사들의 한약 처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천연물신약과 거의 유사한 중국의 중성약은 70%가 서의(西醫)에 의하여 처방되고 있으며, 변증의 오류 등 중성약의 불합리한 사용으로 밝혀진 케이스가 40%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의에 의한 중성약의 사용은 많은 문제점들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향후 출시 예정인 천연물신약까지 살펴본다면 천연물신약은 단순한 분야가 아니며, 천연물신약과 양약의 병용에 대한 문제는 한약과 양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단순한 상병명이나 적응증만 보고 처방이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이는 양의사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유형의 약화사고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부분이다.
따라서 양의사들은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의과대학에서 한의약교육을 실시하여야 하고, 천연물신약 소재 한약과 양약의 병용 시에 나타나는 불량반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야 한다. 중국의 의과대학에서는 최소한 이렇게 하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사용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는 학문을 하는 사람의 기본적 양심이다.
이에 필자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한약과 양약의 병용에 관한 연구 중에서 천연물신약의 소재 한약과 관련된 부분을 조사하여 보았다. 향후 이루어질 천연물신약 관련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1. 봉독
항히스타민제가 봉독의 면역반응을 억제하여 봉독의 효과를 감소시키므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봉독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2. 스티렌
애엽의 정유성분은 환원성을 가지므로 산화작용을 가지는 nitroglycerin, isosorbide dinitrate와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병용하면 약효가 감소한다.1)
3. 조인스정
1) 하고초 : 칼륨 고함유 한약인 하고초와 칼륨보존성이뇨제와의 병용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2)
2) 괄루근, 3) 위령선 : 아직까지 양약과의 약물상호작용이 알려진 바 없음.
4. 신바로캡슐
1) 자오가 : 탄닌을 함유하여 tetracycline, erythromycin, nystatin, clindamycin, ampicillin, rifampin 등 항생제와 결합하여 항생제의 생체이용률을 감소시킨다. Ephedrine alkaloids, quinine, reserpine, atropine 및 비타민B1 등과 결합하면 탄닌산염 침전을 형성하여 체내흡수를 어렵게 한다. 또, 탄닌이 칼슘, 철, 염화코발트 등의 금속이온이 함유된 양약과 회맹부에서 결합하면 침전을 형성하여 약효가 감소된다. Lactasin, pepsin, multienzyme 등의 소화효소와 탄닌은 착화합물을 형성하여 체내흡수를 어렵게 하고, 소화불량과 식욕감소 등의 불량반응을 유발한다.3)
2) 우슬 : 칼륨 고함유 한약이다. 우슬과 spironolactone(K 저류성이뇨제), triamterene과의 병용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하기 쉽다. 이들과의 병용은 심근의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칼륨 고함유 한약인 우슬과 강심배당체인 digoxin을 병용하면 digoxin의 강심작용이 저하된다.4)
3) 흑두 : Saponin을 함유하여 산성 환경의 효소작용 하에서 쉽게 가수분해되어 약효가 감소한다. 흑두는 산성이 강한 약물과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대두의 경우에 isoflavone을 함유하고 있어 estrogen과 동시복용에 주의해야 하는데, 흑두도 마찬가지로 많은 isoflavone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5)
4) 구척 : 탄닌 함유.
5) 두충, 6) 방풍 : 아직까지 양약과의 약물상호작용이 알려진 바 없음.
5. 모티리톤정
1) 현호색 : 현호색에서 20여 종의 알카로이드들이 분리되었는데, 이중에 protoberberines, tetrahydropalmatine 등이 현저한 진통작용을 나타낸다. 현호색과 chlorpromazine은 유사한 안정작용과 중추성 지토작용(止吐作用)을 가지므로, 이들을 병용하면 진전과 마비를 유발한다.
현호색의 tetrahydropalmatine은 중추신경 억제작용이 있으므로, 중추신경흥분제인 caffeine과 amphetamine 등과 병용 시에 약효가 감소된다. 현호색의 혈압강하성분인 palmatine은 pargyline 등과 같은 MAO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에 의하여 약효가 역전 혹은 감소되므로, MAO억제제 복용기간이나 복약을 중지한 지 2주일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MAO억제제와 현호색과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현호색이 strychnine과 호미카(마전자)의 독성반응을 증가시킨다.6)
2) 견우자 : 견우자의 pharbitin에는 강한 사하작용이 있어 장관의 연동운동을 촉진하여 항생제의 장관 통과를 빠르게 하므로, 항생제의 체내흡수를 저하시킨다.7)
6. 시네츄라시럽
1) 황련 : Berberine은 항균작용 및 항원충(Antiprotozoal) 작용을 나타낸다. Berberine은 위장관에서 강한 항균작용을 나타내므로 장내세균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세균에 의한 강심배당체 분해가 감소하므로 혈중 강심배당체의 농도가 높아져서 중독이 발생하기도 한다. 효소활성을 억제하여 효소제제의 약효를 감소시키므로 효소제제와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8)
2) 아이비엽 : 아직까지 양약과의 약물상호작용이 알려진 바 없음.
7. 레일라정
1) 당귀 : 당귀(Angelica sinensis)는 aspirin과 동시복용을 금한다. Estrogen과 동시복용을 금한다. 그리고 Low molecular weight heparins과 동시복용을 금한다.9) Warfarin과 상호작용하므로 동시복용을 금하며, 병용 시에 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10) 실험에 의하면, 당귀를 4주간 복용시킨 후에 PT(prothrombin time)와 INR(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이 2배이상 상승하였으며, 1개월 후에야 적정 수준으로 되돌아왔다.11)
2) 목과 :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tetracycline, erythromycin, 설파제와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유기산으로 인하여 소변이 산성화되고 설파제 등의 항생제의 용해도가 저하되어 소변 중에 결정이 석출되어 결정뇨가 생기며, 혈뇨, 요폐가 발생하기도 한다. 유기산을 함유한 한약과 rifampin, aspirin, indomethacin 등을 병용하면 신장독성이 가중된다. 또, 탄닌이 있어 항생제와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병용 시에 간장독성이 가중된다.12)
3) 자오가, 4) 우슬 : 신바로캡슐 참고
5) 천궁 : 천궁의 ligustrazine은 β-수용체자극제와 유사한 작용을 하므로 β-수용체차단제와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천궁은 진정작용이 있으므로 흥분작용을 가진 amphetamine과 길항한다.13)
6) 천마 : 천마는 gastrodin, vanillyl alcohol, methylprotocatechuic aldehyde 등을 함유하는데, 이들 성분들은 진정작용 및 진경작용이 있어 중추신경흥분제와 항히스타민제와 길항하여 약효를 감소시키므로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14)
7) 홍화 : 활혈화어(活血化瘀)의 작용이 있어 dipyridamole(혈관확장제)와 병용 시에 출혈의 위험이 있으므로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15)
8) 육계 : Cinnamic aldehyde, cinnamic acid를 함유하고 있다. 육계가 심근 수축력를 증강시키므로 β-수용체차단제와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육계와 aspirin은 공히 발한작용을 하므로 육계와 aspirin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16)
9) 속단 : 속단은 asperosaponin을 함유하여 비타민C 등 산성이 강한 약물과 병용하면 위장관의 산성 환경 효소작용 하에서 쉽게 가수분해되어 약효가 감소한다.
10) 위령선, 11) 진교 : 아직까지 양약과의 약물상호작용이 알려진 바 없음.
이밖에도 산성을 띤 비타민C를 괄루근, 자오가, 흑두, 모과, 우슬, 홍화, 방풍, 견우자, 위령선과 병용하면 위내의 산성 환경에서 이들 한약의 saponin이 분해되면서 약효가 감소한다. 비타민C와 이들 한약들의 병용에 주의해야 한다.17)
글을 마무리하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아직도 천연물신약 소재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에 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임을 알 수 있다. 한약의 성분이 무척 다양하고 새로운 약품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어떤 병용례에서 약화사고가 발생할지는 미지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사용은 학문적, 임상적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되는 일종의 모험적 의료행위라고 하겠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보건당국이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현재 시행되는 천연물신약 관련 법규와 고시들을 하루빨리 개정, 또는 폐기해야 마땅하다.
출처: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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